at LOTTE Museum of Art
“아름다움이라는 속성은 특정한 상황에서만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그러한 상황은 아름다움이란 속성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롯데뮤지엄은 관습과 형식을 뒤엎는 새로운 방식으로 시대를 앞서간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1957-)의 시각 예술을 조명하는 전시 《Martin Margiela at LOTTE Museum of Art》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이후 마르지엘라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예술, 물질과 신체, 성별의 관념, 시간의 영속성, 직접 참여를 주제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시각예술 작품 50여점이 전시된다. 마르지엘라가 끊임없이 반복하고 발전시킨 이 주제는 과거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파격적인 런웨이와 실험적인 이미지, 오브제 사용에서부터 시작되어 현재 구현하는 시각 예술의 연장선상에서 더욱 파격적이고 확장된 예술로 표현된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기존 형식을 파괴한 구조 노출과 해체 그리고 매체간 혼합과 변화를 동시에 전환하는 사고를 통해 지속적으로 창조와 수용이 일어나는 유일한 장소로서 미술관을 선택해 전시 공간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가 구축해온 오브제의 본질 탐구를 큰 맥락으로 착시 효과인 ’트롱프 뢰유(trompe l'œil)’를 전시장 전체에 의도적으로 배치하여 관람객의 개입을 유도하고, 사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먼저 전통적인 미술관 동선의 연속적인 흐름을 바꾸고, 이미지와 오브제의 형태를 차용, 재현, 확대해 생각의 전복을 시도했다. 출구를 알 수 없는 미로(labyrinth)형태의 전시장은 작품과 작품 사이의 공간을 버티컬 블라인드로 차단시켜 생각의 쉼과 환기를 반복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작품 관람의 몰입감을 극대화시킨다.
현대의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산업화된 아름다움과 신체를 탐구한 작품 <데오도란트 Déodorant >(2022), 궁극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양면성을 사물의 부재로써 표현한 <탑 코트 Top Coat>(2011), 일상적인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맥락을 재구성하여 존재의 흔적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창조하는 <더스트 커버 Dust Cover>와 <필름 더스트 Film Dust>(2021)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회화, 조각, 사진, 설치, 콜라주 등 광범위한 시각예술로서 드러난다. 마르지엘라가 선보인 시각문화는 패션과 내적 구조는 닮아 있지만 그 시각적 이미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번 전시는 마틴 마르지엘라가 실험해 온 다채로운 예술 세계를 조명함과 동시에, 예술이 질문을 던지고 개인과 대중이 서로 의견과 관점을 교환하고 채택하는 장으로써 마르지엘라가 현재까지 구축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대안적 사유의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Martin Margiela at LOTTE Museum of Art》전시는 디자이너 아냐 마르첸코, 마틴 마르지엘라, 그리고 롯데뮤지엄의 긴밀한 대화를 통하여 이번 전시 공간에 새롭게 구성되었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Maison Martin Margiela)의 설립자로 익히 알려진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1957-)는 1957년 벨기에 루뱅(Leuven)에서 태어났다. 마르지엘라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이발소에서 향수를 팔았다. 마르지엘라는 6세가 되던 해, 1960년대 가장 영향력 있었던 패션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앙드레 쿠레주(André Courrèges, 1923-2016)의 컬렉션 중 하나를 TV에서 접하고, 그 파격적인 디자인에 매료되어 패션 디자이너에 관심을 가진다. 이후 10대의 마르지엘라는 벨기에 하셀트(Hasselt)에 있는 신트루카스 예술학교(Sint-Lukas Kunsthumaniora art school)에서 공부하였고, 중고 의류 가게에서 여러 소재의 헌 옷과 장신구 등을 모아 다양한 방법으로 연출하는 것에 몰두했다.
1980년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Royal Academy of Fine Arts in Antwerp)를 졸업한 마르지엘라는 이탈리아와 벨기에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패션계에 입문한다. 파리로 이주한 이후, 1984년부터 1987년까지 장 폴 고티에(Jean Pal Gaultier, 1952-)의 첫 번째 어시스턴트로 활동한 마르지엘라는 1988년에 사업 파트너인 제니 메이렌스와 함께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를 설립하며, 1989년 파리의 황폐한 지역에 있는 버려진 운동장에서 1990년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였다. 작가는 폐허와 같은 런웨이, 비틀거리는 모델들의 모습을 통해 패션계에 충격을 주고, 관습적인 사고에 도전하는 독창적이고도 전위적인 스타일을 내세우며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에서의 활동 외에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에르메스(Hermès)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어 총 12시즌의 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벨기에 보자르 미술관(Bozar), 보이만스 반 뵈닝언 미술관(Museum Boijmans Van Beuningen), 독일 하우스 데어 쿤스트(Haus der Kunst), LA 카운티 미술관(LA County Museum of Art), 런던 서머셋 하우스(Somerset House) 등 해외의 다양한 기관에서 개최된 여러 전시에 참여하며 예술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그리고 2008년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20주년 기념 쇼를 마지막으로 패션계를 은퇴하였다.
이후 마르지엘라는 시각 예술 아티스트로서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2021년 10월 파리 라파예트 안티시페이션의 초청으로 진행된 첫 번째 대규모 개인전 《마틴 마르지엘라 엣 라파예트 안티시페이션 Martin Margiela at Lafayette Anticipation》을 시작으로, 베이징 엠 우즈 뮤지엄(M WOODS Museum)에서 개최되었으며, 2022년 12월 서울 롯데뮤지엄(LOTTE Museum of Art)에서 진행된다. 마르지엘라의 해체주의적인 방식은 구성요소를 파괴하고 재배치하여 모호한 의미를 만들어내고, 사용한 흔적과 생산과정을 드러내어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의복이라는 일상적인 매체에서 시작된 상식과 경계를 뒤엎는 마르지엘라의 독창적인 시각 예술은,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다양한 재료와 자유로운 표현 방식을 통해 새롭게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