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es Open, Minds Open
“I have always known that art can be powerful because I have seen how it affects me personally and many other people”
"나는 예술이 나에게,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았기 때문에 예술은 그 어떤 것 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롯데뮤지엄은 도시 예술을 기반으로, 광고, 선전 그래픽과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시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펼친 셰퍼드 페어리의 전시를 개최한다. 그의 30년간의 예술적 궤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초기작부터 영상, 협업, 사진자료, 신작, 벽화까지 47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권위와 관습에 저항한 개념적 메시지와 반복적인 이미지로 미국 시각 문화를 대표하는 셰퍼드 페어리는 환경, 인권 등과 같은 사회, 경제를 넘나드는 주제로 강렬한 프로파간다적 색채와 텍스트를 결합한 화면을 구성한다. 이러한 단순한 구성은 대중에게 더욱 강렬한 시각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인식되었다. 그는 기존 미술사와 시각 문화에 대해 적극적인 변형을 유도하고 다양한 미술 장르와 양식의 혼성으로 21세기 시각 미술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이번 전시는 셰퍼드 페어리의 철학이 담긴 예술 세계 전반을 재조명하고 삶과 예술이 결합한 새로운 예술의 시작을 경험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1989년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ISD)에 재학 시절 셰퍼드 페어리는 거구의 프로 레슬러 앙드레 르네 루시모프(André René Roussimoff, 1946-1993)의 초상을 모티브로한 스티커 작업 <거인 앙드레에게는 그의 패거리가 있다 Andre the Giant has a Posse>를 시작으로 아티스트로서 기반을 다지게 된다. 이 작업은 ‘오베이 자이언트(OBEY Giant)’ 캠페인으로 발전하면서 셰퍼드 페어리 작업의 근간이 된다. 이후 2008년 미국 대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1961-)의 초상화 포스터 <희망 HOPE>을 발표하면서 대중적인 유명세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이번 전시에는 ‘오베이 자이언트’ 캠페인의 초기 시리즈뿐 아니라 희망과 환경을 주제로 서울 시내 건물 5곳에 직접 작업한 벽화를 최초로 공개해, 거리 예술을 통한 셰퍼드 페어리의 세계관을 보여 준다. 거리는 그의 작업의 근원이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대중의 소통과 참여를 유도하기에 가장 효과적이고 매력적인 곳이기도 하다. 1980년대 미국은 혼란스러운 국내외 정세와 그로 인한 사회 문제가 폭증하던 격변의 시대로, 젊은 층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저항과 반항이 내재된 여러 비주류 문화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자유의 대명사인 펑크 록과 스케이트보드 문화, 힙합, 그래피티 등 거리 예술이 유행하였고 특히, 주류 권력층이 외면하니 스스로 일어나 저항해야 한다는 펑크의 DIY(do-it-yourself) 정신은 셰퍼드 페어리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DIY 정신은 그의 초기 작품에서부터 최근 신작까지 다양한 주제와 방식으로 귀결되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비둘기, 장미, 연꽃, 지구, 천사 등 상징적 개념과 의미를 담고 있는 여러 도상은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요 매개체가 되어 독창적인 그 만의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
셰퍼드 페어리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의 의지로 행동하게 만든다. 그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는 개념적 의제와 현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책임과 의미 있는 역할은 우리를 현실에 더욱 집중하게 하고, 현재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부여한다. 늘 화두의 중심에 있는 셰퍼드 페어리가 이번 전시에서 어떤 예술의 언어로 대중과 소통하여 변화를 이끌어 나갈지 기대해 본다. 세상을 바꾸는 예술의 그 외침에 마음을 열어 응답하고 행동하는 건 우리의 몫이다.
“I've never really considered myself just a street artist. I consider myself a populist.”
“나는 내가 스트리트 아티스트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내가 대중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셰퍼드 페어리는 1970년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Charleston)에서 태어나 현재는 로스엔젤레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와 작업을 전 세계에 선보이고 있는 아티스트이자 사회 활동가이다. 미국의 예술 대학인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였으며, 대학교 재학 시절 스케이트보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티커를 제작해 티셔츠와 스케이트보드 등 다양한 곳에 붙이고 스케이트보드 커뮤니티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시작한 것이 작업의 시초가 되었다.
1989년 프랑스 전설의 거구 프로레슬러 앙드레 르네 루시모프(André René Roussimoff, 1946-1993) 초상을 모티브로 친구들과 함께 제작한 스티커 작업 앙드레 더 자이언트(André the Giant), <거인 앙드레에게는 그의 패거리가 있다>가 주목받으며 아티스트로서 기반을 다지게 된다. 스케이트보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나가 미국 전역의 많은 도시에 나타난 이 스티커는 셰퍼드 페어리에게 예술이 가진 영향력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후 상표권 분쟁으로 앙드레 르네 루시모프의 얼굴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셰퍼드 페어리는 존 카펜터 감독의 영화 <화성인 지구 정복 They Live>(1988)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오베이(OBEY)’ 슬로건과 함께 단순화한 얼굴을 배치하여 보다 상징적인 이미지를 작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이미지는 나아가 1990년 사회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숨겨진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일종의 예술적 실험인 ‘오베이 자이언트(OBEY Giant)’ 캠페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예술이 가진 힘과 아티스트로서 일종의 사명감을 느끼게 된 셰퍼드 페어리는 이후 작업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영감의 원천이자 작업의 기반이 된 스케이트보드, 펑크 록과 힙합 문화는 셰퍼드 페어리에게 미숙하더라도 ‘직접 내 스스로 하는’ DIY(do-it-yourself) 철학을 심어 주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이슈에 의문을 가지고, 직접 목소리를 내고, 이상을 위해 행동할 것을 격려하는 그의 작품 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1920년대 러시아 구성주의 포스터부터 1960년대 사회주의 선전 포스터, 펑크 록 포스터까지 다양한 도상을 활용한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은 간결하고 힘있게 쓰여진 문구와 강렬한 시각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구성을 통해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셰퍼드 페어리는 2008년 미국 대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1961-)의 초상화 포스터 <희망 HOPE>을 발표하고 대중적인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30만장의 포스터와 50만장의 스티커로 제작된 <희망>은 웹사이트를 통해 무료 배포되었으며, 오바마 캠프에서 공식적으로 승인하며 가장 영향력 있는 선거 포스터로 전례 없는 강력한 아이콘이 되었다. <희망> 포스터는 2009년 런던디자인뮤지엄의 브릿 인슈어런스 디자인 어워즈(Brit Insurance Design Award)에서 올해의 디자인으로 선정되었으며, 워싱턴 D.C. 국립초상화미술관 (National Portrait Gallery)에 소장되었다. 오바마 이미지는 2008년 『타임 Time』지 올해의 인물 커버 아트로 선정되었고, 이후 셰퍼드 페어리는 2011년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Occupy Wall Street), 2020년 미 대선을 기념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커버 아트를 차례로 선보였다. 특히 2020년 발표한 포스터 <저스트 엔젤 라이징 Just Angel Rising>은 『타임』 지 역사상 처음으로 타이틀이 ‘타임(TIME)’이 아닌 ‘투표하라(VOTE)’로 변경되어 화제가 되었다. 이후에도 블랙 라이브스 매터 (Black Lives Matter)를 주제로 한 <바이어스 바이 넘버스 Bias by Numbers>, 소수민족 여성을 주제로 한 <위 더 피플 We the People> 등 동시대 다양한 이슈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며 주목받았다.
세상의 삼라만상에 대한 그의 외침은 더욱 확장되었지만, 과정이 늘 순탄하지는 않았다. 셰퍼드 페어리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뉴욕, 샌프란시스코, 런던, 요하네스버그, 도쿄, 홍콩 등지의 고층 건물과 광고판에 메시지를 남겼고 20여 회 이상 경찰에 체포되었다. 심지어 보스턴 현대미술관(The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Boston)에서 개최된 자신의 첫 개인전 오프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재물 손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었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의 이미지 차용으로 크고 작은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파란을 굳건한 철학으로 품고, 셰퍼드 페어리는 스스로를 ‘스트리트 아티스트’로 표현하기보다는 ‘대중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칭한다. 인종과 성차별, 각종 혐오범죄, 환경파괴에 대해 평등을 추구하고 정의를 지지하고자 하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작품에 반복적으로 담으며 예술을 통한 대중의 소통을 유도한다. 스케이트보드의 작은 스티커에서 시작하여 전세계 각지에 대형 벽화를 남기고 『타임』지의 역사적인 커버를 장식한 아티스트로서, 셰퍼드 페어리는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세상에 그의 목소리를 전하고 행동을 격려하는 데에 전념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